믿음의 탐정사무소 벽에 생긴 첫 번째 균열 일주일 뒤, 약속한 시간에 탐정 사무소의 문이 다시 열렸다. 이 부장님이었다.​지난주 절망과 피로에 찌들어 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여전히 허리에는 보이지 않는 통증의 족쇄를 차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이전에는 없던 '생각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마치 숙제를 검사받는 학생처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탐정님... 일주일 동안 계속 생각해 봤습니다. '어쩌면 범인은 디스크가 아닐지도 모른다.'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곱씹어볼수록... 제가 놓치고 있던 다른 용의자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더군요. 지독한 스트레스, 부족했던 잠, 탐정사무소 움직임에 대한 공포 같은 것들 말입니다."​나는 만족스러원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믿음의 벽에 첫 번째 균열이 생겼다. 이제 그 균열을 비집고, 사건의 본질을 향해 더 깊이 들어갈 시간이었다. 나는 그에게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좋습니다. 이 부장님,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죠. 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이부장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그는 마치 정해진 답을 말하듯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야 당연히.. 이 지긋지긋한 허리 통증을 없애는 것 아니겠습니까?"​역시 예샹했던 대답이었다.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틀렸습니다."​'통증 없는 몸'이라는 탐정사무소 잘못된 나침반​내 단호한 말에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네? 통증을 없애는 게 목표가 아니라고요?"​"그것은 진정한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통증 제거'는 그저 과정일 뿐, 우리가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적지가 아닙니다. 그런 막연한 목표는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떠도는 것과 같습니다. 폭풍우(재활 과정의 고비들)가 몰아치면 금세 방향을 잃고 포기하게 되죠."​나는 그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는 조금 더 깊은 곳을 향한 질문이었다.​"다시 묻겠습니다. 통증이 사라지면, 이 부장님의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십니까?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게 당신에게 왜 그렇게나 탐정사무소 중요하죠?"​그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따. 통증을 '없애는 것'에만 몰두하느라, 그 이후의 삶을 진지하게 그려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그가 자신만의 '장기 목표(Long-term goal)'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의 입에서 아주 작은 그러나 진심이 담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아들 녀석이랑...캐치볼을 하고 싶습니다. 주말마다 공원에 가서 힘껏 공을 던지고...마음껏 안아주고 싶어요. 그리고 아내와 함께 다시 테니스를 치고 싶습니다. 연애할 때처럼 웃으면서요."​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것이 바로 이 부장님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진짜 동기, 그의 영혼이 갈망하는 진짜 탐정사무소 목표였다.​마법의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아주 좋습니다." 나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명확한 목적지를 설정했습니다. '아들을 마음껏 안아주는 아빠', '아내와 웃으며 테니스를 치는 남편'. 이것이 우리가 이 기나긴 사건을 해결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하지만 명심하세요. 이 부장님. 안타깝게도 그 목적지까지 한 번에 데려다줄 "마법의 치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냉정하게 들릴지라도, 그는 이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만 했다. 한번에 짠! 하고 좋아지는 치료법을 찾아 헤매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고 좌절하기 때문이다.​"우리는 최종 목표를 향한 단계별 '단기 목표'를 설정해야 탐정사무소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주 작은 성공들을 스스로 '인지'하고 축하해줘야 합니다."​나는 그에게 '의도'와 '주의'의 차이를 설명했다. '계단을 걸어야지!'라는 의도에 목매는 대신, '오, 내 다리가 이렇게 움직이고 있네. 지난주보다 덜 불편한 것 같기도 하고?'라며 자신의 행위와 느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이미 그가 일주일간 '범인은 디스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이 자리에 다시 온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목표를 향한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었다.​"과거보다 조금이라도 성장한 자신을 진심으로 느껴보세요. 그 긍정적인 감각이, 통증으로 인해 과하게 켜진 뇌의 센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가장 탐정사무소 강력한 스위치가 될 겁니다."​오늘의 수사 브리핑 : 통증에서 자유로워진 사람들의 비밀 ​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이 기나긴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들의 '공통된 비밀'을 알려주기로 했다.​"만성 통증에서 자유로워진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공통 분모가 존재합니다. 그것은 바로 통증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졌다는 것입니다."​그들은 더 이상 통증을 구조적 문제를 치료해야만 낫는 관점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수면, 심리, 면역, 호르몬 등 수 많은 요인이 통증에 관여한다는 관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따라서 진짜 해결책은 이 과잉보호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리고 이 과잉보호 시스템의 탐정사무소 중심에는 면역,호르몬,근육이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작동합니다. 면역계가 과민해지면 사람들을 피하고 싶어지고, 근육계가 과민해지면 몸이 경직되며, 호르몬계가 과민해지면 소화불량, 불안감이 증폭됩니다. 지금 이 부장님이 겪는 모든 불편함은 바로 이 3가지 녀석들의 합작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이 부장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오늘의 숙제는 당신의 '진짜 목표'를 매일 아침 되새기는 것, 그리고 당신의 몸이 보내는 아주 작은 긍정적 신호에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입니다. ​사무소 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은 더 이상 길 잃은 피해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목적지를 아는, 단단한 탐험가의 탐정사무소 모습이었다.​▶ To Be Continued…